컨테이너 이야기  






역사적으로 해양 지향적이고 도전적인 국가는 융성했고 세계문명의 중심으로서의 역할을 한 반면, 내륙 지향적이며 온건한 국가는 쇠퇴했다. 해양력은 국가경쟁력의 중요한 요소이며 국가를 부강하게 하는 원천이다. 지구상 어느 나라도 100% 자급자족하는 자원을 가진 나라는 없으며 해양은 저비용으로 가장 안전하게 대량 수송할 수 있는 고효율의 수송로이다. 그러므로 세계의 주요 해양 국가들은 21세기 신해양 시대의 패러다임 변화와 국가간 물류 경쟁을 위해 종합적인 해양개발정책을 세워 추진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세계화에 따른 교역량의 증대로 세계의 컨테이너 해상물동량은 연간 약 2억5천만개 이상이며 동북아가 세계 3대 교역권(EU, 북미, 동북아)의 하나로 부상하면서 전체의 46%를 점하는 1억 2천만 TEU("02년 기준)를 처리하였으며 매년 8% 이상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그 중에서도 중국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매년 10% 이상씩 대폭 증가되고 있고 이를 감당해내기 위해 지금 상해, 청도, 대련, 천진항 등을 엄청난 규모로 개발하고 있음은 모두가 잘 아는 사실이다.

중국의 최고항만인 상해항은 91년도에 컨테이너 처리 세계 36위(57만TEU) 항만에서 2003년에는 마침내 컨테이너 1천130만 TEU를 처리함으로서 우리나라 부산항(1천40만TEU : 세계 5위)을 제치고 세계 3위  항만으로 부상하였다. 이 같은 사실을 어찌 남의 나라 일로 치부하고 간과할 수 있으며 일시적 현상이라고 속단할 수 있겠는가.

부산항은 지난해 12월말 개항 이래 처음으로 컨테이너 1천만 TEU 목표를 달성하였다. 인천항만은 우리나라 최초(74년)로 내항(4부두)에 컨테이너 전용부두를 건설하였지만 금년 말에야 ‘컨’ 100만 TEU 목표달성을 기대하고 있지만 이 목표는 부산항이 20년 전인 84년도에 이미 달성한 목표이다. 가까운 평택항은 일반부두를 운영한 지 10년도 못 되지만 작년에 벌써 약 15만 TEU를 처리했다. 21세기 세계의 물류는 모두 컨테이너로 처리되고 있으며 컨테이너를 처리 못하는 항만은 이제 항만구실을 할 수 없다. 컨테이너 1천만 TEU를 일렬로 늘어세워 놓으면 서울과 부산을 143회 왕복할 수 있고, 지구를 한바퀴 반을 돌 수 있는 거리이며, 무게로는 1억7천만톤으로 성인남자 28억3천만명의 몸무게에 해당하는 엄청난 물량이라고 한다. 이와 같은 수송수단의 컨테이너와 관련시켜 부산항 이야기를 좀 하고자 한다.  

지난 15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동북아 해양 물류회’ 창립기념으로 열린 ‘동북아물류중심 항만 개발 토론회’에서 부산발전연구원의 모 연구위원은 정부의 인천공항중심의 물류정책을 비판하면서 대외 경쟁력이 높은 부산항 집중투자를 통해 우리나라의 물류중심 국가를 이룩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인천항은 갑문 등 여러 가지 제약요건으로 항만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물류중심항으로의 발전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부산발전연구원의 입장에서는 주장할 수 있지만 인천항의 입장에서는 정신 차리고 대처해야 될 사안이다. 이 연구원의 주장처럼 부산항은 지금 동북아물류중심의 새 거점 확보를 위해 1995년부터 2011년까지 컨테이너 부두 30선석 건설을 위해 무려 9조1천억(정부지원 4조2천억)이 투입되고 있고 현재 계획대로 추진되고 있는데 반해 인천항의 컨테이너 전용부두 건설은 남항 PSA부두 3선석(1선석은 준공)이 고작이며 그것도 외국자본을 끌어들여 건설하고 있으니 우리 함께 책임을 통감해야 할 일이다. 흔히 말하는 송도신항만 개발은 지금 착수해도 경쟁에서 뒤질 텐데 언제나 첫 삽을 뜨게 될는지 모두 노력하지 않으면 요원하게만 생각된다.

인천항은 이제 과거의 독점적 위치에서 경쟁적 위치로 급속히 변하고 있다. 수도권에 위치한 이점으로 인해 그간 가만히 있어도 물량이 넘치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그러므로 인천항이 발전되고 활성화되기 위하여는 무엇보다 지금 같은 고비용 항만을 탈피하여 새로운 컨테이너 부두 시설과 배후물류단지를 확충하고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화주 및 선사가 원하는 요구사항을 충족시키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

인천항의 현실이 이러한데 세계의 해운시장은 동아시아로 집중되면서 각국이 항만시설확충에 집중투자하고 있고 물동량 유치를 위해 항만 간 경쟁이 치열한 때에 인천은 지금 기존항만(도크)의 위상을 부정하는 소리가 있는가 하면 제2연륙교 논쟁에 휘말려 있으니 어느 세월에 동북아의 물류중심항이 될 수 있을지 의구스럽다.

오늘의 인천항을 누가 구할 것인가. 누가 인천항의 발전을 위해 발 벗고 나서며 솔선하여 조타수가 될 것인가. 말로만 그쳐서는 안 된다. 말 그대로 인천을 “동북아의 허브항만”으로 고쳐 만들기 위하여는 지금을 새로운 전기로 삼아 모두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력으로 범시민적 공감대를 형성하여 인천의 생존을 위해 인천항이 동북아중심 국가 실현을 선도하는 물류중심항만이 되도록 함께 노력해야 될 때이다 .